경력개발의 관점에서 본 HRD의 역할
― 역할이 바뀌면 언어가 바뀌고, 언어가 바뀌면 스킬의 체계가 시작된다
경력은 직무의 연대기가 아니라 역할 전환의 연속이다.
담당자에서 선임, 선임에서 리더, 리더에서 전략가로 옮겨 갈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다른 결의 스킬 체계이다.
HRD의 임무는 교육을 ‘이벤트’로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역할의 변화에 맞춰 스킬을 설계·증명·순환시키는 운영이다.
왜: 역할 전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HRD의 전략지점
경력 정체의 본질은 ‘현재 역할의 언어’에 익숙해져 다음 역할의 문법을 모르는 데 있다.
직원유지(retention)의 본질은 보상이 아니라 새 역할의 기회와 준비도에 있다.
그러므로 HRD는 “무엇을 더 가르칠까”가 아니라 “어떤 역할로 옮길 사람에게 무엇을, 어떤 증거로”를 묻는 조직차원에서 역할이 필요하다.
실행 프레임워크: ROLE MAP
R | Role Lattice – 역할 격자 만들기
직책이 아니라 역할 단위(기여 범위·의사결정 반경)로 격자를 만든다.
예) 개인기여자(IC) → 과업리더(TL) → 팀리더(ML) → 사업리더(BL)
O | Outcome Skills – 역할별 결과 스킬 정의
“잘 안다” 대신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로 스킬을 정의한다.
IC: 반복 가능한 산출물 표준화 / TL: 타인의 실행을 통해 결과를 낼 수 있는 과업 설계 / ML: 우선순위·자원배분 / BL: 가치·손익·고객언어
L | Learning Pathway – 단계형 학습 경로
3단 곡선으로 단순화: 기초(Observe)–실습(Do)–증거(Show)
각 단계는 2~4주 모듈로 쪼개고, 다음 역할로 이동하는 브리지 과제를 포함한다.
E | Evidence Ledger – 증거 장부화
수료증이 아니라 산출물·리뷰·지표가 적립되는 장부를 운영한다.
역할 지원·승격 심사는 말이 아니라 증거로 한다.
MAP | Mobility &After-Plan – 이동과 사후 설계
이동 전 섀도잉/트라이얼(2~4주), 이동 후 30·60·90일 체크인과 부족 스킬 보강 팩을 표준화한다.
역할 전환별 스킬 체계(예시)
IC → TL
핵심 스킬: 과업 쪼개기(스코프·완료기준), 리뷰 루프 설계
증거: 2주 스프린트 계획서, 품질·기한 준수율 개선 리포트
TL → ML
핵심 스킬: 인력·시간 배분, 리스크 테이블, 이해관계자 조율
증거: 월간 리소스 캘린더, 이슈해결 회고서, 팀 지표(리워크·대기시간) 개선
ML → BL
핵심 스킬: 문제의 경제성 판단, 고객 가치 시나리오, 손익 가설
증거: 미니 손익계산서, 고객 피드백–지표 연결 모델, 중단·확대 의사결정 메모
HRD 운영 체크리스트(간결형)
□ 역할 격자(Role Lattice)가 한 장으로 되어 있는가?
□ 역할별 결과 스킬(Outcome Skills)이 행동 언어로 정의되어 있는가?
□ 2~4주 단위 학습 경로와 브리지 과제가 준비돼 있는가?
□ 수료 대신 증거 장부(Evidence Ledger)가 운영되는가?
□ 이동 전 섀도잉/트라이얼과 이동 후 30·60·90 체크인이 캘린더화 되어 있는가?
□ 역할 전환에 따른 보상·평가 잣대가 미리 공지되어 있는가?
간단 사례
중견 제조사 A는 선임에서 팀리더로의 전환 실패가 잦았다.
HRD는 ROLE MAP을 도입해 TL 전용 브리지 과제(2주 스프린트 계획·리뷰 루프 설계)를 표준화했고, 이동 전 3주 섀도잉+부분 책임을 의무화했다.
평가의 근거는 강의 수료가 아닌 산출물과 팀 지표 변화였다.
6개월 뒤 팀리더 전환자의 초기 90일 성과변동 폭이 안정화되고, 전환자 잔존율이 개선되었다.
바뀐 것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라 역할 언어–스킬–증거의 정렬이었다.
마무리: 역할이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경력은 직함의 높이가 아니라 역할의 넓이로 성숙한다.
HRD가 역할 격자를 그리고, 결과 스킬을 언어화하며, 증거가 흐르는 장부를 운영할 때 교육은 ‘좋은 경험’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변한다.
역할 전환의 공백이 줄어들면, 조직은 이탈을 걱정하지 않고 성장을 약속할 수 있다.
전문용어
역할격자(Role Lattice): 직책이 아닌 역할 간 전환 경로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식
결과스킬(Outcome Skills):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로 정의한 스킬.
스프린트 계획서: 1~2주(보통 2주)처럼 짧은 기간 동안 팀이 무엇을, 어떻게, 누가, 어떤 기준으로 끝낼지 적어두는 실행 계획 문서
섀도잉(Shadowing): 전환 대상 역할을 옆에서 관찰하며 일상·판단 기준을 배우는 1~2주 과정.
트라이얼(Trial): 역할의 일부를 실제로 맡아 보는 1~2주 시험 운영.
증거장부(Evidence Ledger): 수료증 대신 산출물·지표·동료리뷰를 기록·열람하는 저장소.
브리지 과제(Bridge Assignment): 다음 역할을 위해 설계된 2~4주 실전 과제.
30·60·90: 전환 후 30일·60일·90일에 진행하는 점검·보강 루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