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개발이슈: 듀얼 트랙 경력 설계
― 관리자/전문가 사다리를 공정하게 정렬하는 법
많은 조직에서 승진은 곧 “사람을 관리하는 자리”를 뜻한다.
그 결과, 탁월한 전문가가 어색한 관리자가 되거나, 관리 역량이 뛰어난 인재가 기술에 매여 제 역할을 못 하는 일이 반복된다.
듀얼 트랙(관리자·전문가) 경력 설계는 이런 낭비를 멈추고, 서로 다른 강점이 동등한 존중과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만드는 구조적 해법이다.
왜 지금 듀얼 트랙인가
전문성의 수명이 짧아지고, 고도화 속도는 빨라진다. 전문가 사다리가 없으면 현장을 떠나거나 이직한다.
관리 역량은 별도의 학습곡선이 필요하다. 팀 성과를 내는 법과 기술을 깊게 파는 법은 다르다.
공정성 인식이 핵심 리텐션(retention)요인이 되었다. “관리자만 대우받는다”는 감정은 조직 신뢰를 갉아먹는다.
설계 원칙 4가지
○ 등가 가치(Parity): 관리자/전문가 상위 레벨의 보상 밴드·위상·의사결정 권한을 동가로 설계.
○ 역할 명료성(Role Clarity): 각 레벨에서 문제 범위, 영향 반경, 책임 리스크를 정의(예: 팀/부문/전사 단위).
○ 교차 가능성(Mobility): 경력 중간에 트랙을 안전하게 전환할 수 있는 브리지 제도를 둠(시험 과제·멘토링·시험운영).
○ 평가의 일관성(Rubric): 성과 평정에서 관리 성과 vs. 기술 성과를 다른 렌즈로 보되, 난이도·영향도는 공통 잣대로 비교함.
실행 프레임워크: PARITY
○ P : Parity(가치동등)상위 두 레벨(예: Director vs. Principal/Distinguished)의 보상·승격 의례·전사 영향권을 서로 매칭함.
○ A : Architecture(등급구조)관리자(M1–M4), 전문가(IC1–IC6) 레벨 정의표를 한 장에 배치하고, 레벨별 “문제의 크기”와 “의사결정 범위”를 명시합니다.
○ R : Readiness(승격 준비도)관리자: 팀 성과·사람 성장·리스크 관리.전문가: 기술 깊이·표준화/재사용성·지식 확산.각 항목에 증거 예시(프로젝트, 산출물, 피드백)를 연결함.
○ I : Incentive(보상·인정)타이틀·수당보다 의사결정 표면적과 시간 보호가 핵심 보상임을 반영함(전문가의 연구·표준화 시간 블로킹).
○ T : Transfer(브리지 제도)8–12주 트라이얼 역할(섀도잉+부분 책임) → 합격 시 전환, 보완 필요 시 맞춤 학습팩 제공.
○ Y : Yardstick(지표 체계)내부 충원율, 상위 레벨 전문가 잔존율, 표준화 자산 생성량(가이드·템플릿), 신임 관리자 팀의 6개월 팀 지표를 추적함.
체크리스트(10)
○ 관리자/전문가 레벨 정의표가 한 장에 있고, 각 레벨의 영향 반경이 명확한가?
○ 상위 레벨의 보상·권한 동가성이 제도에 반영되어 있는가?
○ 승격 심사 시 관리/전문가 별도 루브릭을 사용하고 있는가?
○ 전환 희망자를 위한 트라이얼·섀도잉 프로그램이 있는가?
○ 전문가의 집중 연구시간을 캘린더로 보장하는가?
○ 표준화 산출물(가이드·라이브러리) 생성이 평가·보상에 반영되는가?
○ 관리자 승격 시 팀원 성장 지표를 핵심 근거로 쓰는가?
○ 멘토·테크리더·챕터리드 등 비관리 리더십 역할이 제도화되어 있는가?
○ 내부 공고에 관리/전문가 트랙 별 요구 역량이 구분되어 표기되는가?
○ 지표(잔존율·내부충원율·전환성공률)가 분기 단위로 공개되는가?
간단 사례
전자부품 기업 E사는 “관리자가 되어야만 인정받는” 문화 때문에 시니어 엔지니어 이탈이 심했다.
HRD는 PARITY 프레임으로 IC 레벨(5~6)을 신설하고, 상응하는 Director 급 권한·보상을 매칭했다.
동시에 IC 트랙에 표준화 산출물·사내 교육·특허/기술검증을 명시적 평가 항목으로 넣고, 주 8시간 집중 연구시간을 제도화했다.
1년 후 시니어 엔지니어 잔존율이 개선되고, 신규 라인 도입 시 재사용 템플릿으로 리드타임이 단축되었다. 핵심은 ‘칭호’가 아니라 작동하는 권한과 시간 보호였다.
현장 적용 요령
먼저 한 조직/한 직무군으로 파일럿(6개월)부터 시작함
표면적 급여보다 권한·시간·평가 잣대를 우선 정렬함
승격 심사는 사례·산출물 중심 리뷰(문서·증거)로 전환합니다. 말이 아닌 증거 기반이 신뢰를 만듦
마무리
듀얼 트랙은 “관리자도, 전문가도 서로의 길을 인정받는 조직”을 만드는 약속이다.
서로 다른 재능이 같은 높이에서 만날 때, 성장은 개별의 성취를 넘어 조직의 내구성으로 축적된다.
HRD의 임무는 그 약속을 제도와 언어로 구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