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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자료실

임금피크제


남은 사람이 아니라 남길 일을 설계한다



서론


  한국 기업의 임금피크제는 한때 연공정년비용의 균형 장치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흐름은 복합적이다. 도입 비율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나, 전반적 채택률은 20% 안팎에서 정체·하락세가 관찰된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운영됨)

무엇보다 2022년 대법원은 정년을 유지하면서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방식이 합리적 사유 없이 차별이면 무효라고 보았고(타당한 목적·불이익 정도·보완조치·감액 재원의 용도 등 종합 판단), 이후 하급심에서도 유·무효가 엇갈리는 판결이 이어졌다.

제도는 남았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일 없는 시간이 남았다. ‘곧 떠날 사람이라는 낙인, ·후배 간 지시 곤란, 감액 임금과 무업(無業)의 부조화가 결합되면서 조용한 방치가 일상이 된 곳도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법의 승인 여부를 넘어, 남은 시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경영의 질문이다.

 

 

 

본론

 

현장에서 본 임금피크제의 실패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 직무가 비어 있다. 임금이 70~90%로 조정돼도 역할은 설계되지 않아, 출근과 기여가 분리된다.

  둘째, 명분이 희미하다. 감액의 목적(청년채용·기술이전·리스크통제 등)과 감액 재원의 쓰임이 직원 눈앞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셋째, 관계가 얼어 있다. 선배에게 지시하기 불편하고, 당사자도 스스로 축소된 존재로 퇴행한다. 결과는 놀아도 뭐라 하기 어려운회색지대다.

그럼에도 돌파구는 있다. 관건은 임금피크제를 비용 절감 제도가 아니라 자본화 기회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여기서의 자본은 돈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다. 조직이 당사자에게 맡겨야 할 일은, 대체 노동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일이어야 한다.


세 가지 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서와 표준의 마지막 손질이다. 현장의 SOP, 작업 기준, 리스크 시나리오, 구두 전통을 당사자의 언어로 정리해 다음 사람이 쓸 수 있게 만든다. 감액 임금이 80%라면, 난이도와 희소성이 높은 표준화 과업을 80% 시간에 맞춰 배치한다는 식의 기여보상 등가성을 공개 원칙으로 삼는다. 제도의 납득은 투명성에서 생긴다.

 둘째, 결정 품질의 안전망이다. 개인정보, 안전, 대외 공지, 가격·약관처럼 실수 비용이 큰 영역에서 사전 검토사후 회고를 맡긴다. 당사자는 생산 인력의 대체가 아니라 판단의 세컨드 오피니언이 된다. 이 역할은 젊은 팀장에게는 보이지 않는 보험이고, 조직에는 사고 확률을 낮추는 기술이다.

 셋째, 내부 전이의 가교. 차세대 리더·전문가 후보군과 당사자를 1:1로 엮어 단기 프로젝트를 통과하게 한다. 핵심은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한 번 끝까지 가보기. 완결의 감각은 문서가 아니라 동행에서 전이된다.


  한 제조사의 사례를 보자

 임금피크 대상자인 30년 차 품질 책임자는 고장 소리를 구분하는 감각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데이터만 보는 신임 라인장이 경고등을 지나쳤고, 그는 이음은 정상인데 리듬이 비정상이라 말했다

회사는 그에게 표준판단전이세 가지 과업을 묶어 맡겼다. 첫 두 달, 그는 야간에 라인을 돌며 소리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낮에는 고위험 의사결정의 초안을 함께 검토했다

마지막 한 달은 차세대 담당자와 두 번의 단기 전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표는 천천히 바뀌었다. 초기 불량 조기 탐지율이 오르고, 같은 유형의 클레임이 끊겼다.

더 중요한 변화는 신임 라인장의 말이었다. “숫자를 더 믿게 되었고, 동시에 숫자에 앞서 들을 줄 알게 됐다.” 임금피크제는 그에게서 시간을 가져갔지만, 조직에는 귀감을 남겼다.

 

 

 

결론

 

임금피크제의 성패는 감액률이 아니라 남은 시간의 쓰임새로 결정된다. 법의 요건(타당한 목적, 불이익 정도의 균형, 보완조치, 감액 재원의 투명한 사용)이 지켜져야 함은 전제다. 그 위에서 기업은 다음의 아이디어로 남길 일을 설계할 수 있다.

감액률에 상응하는 역할 등가성 원칙을 선언한다: “임금 80% = 희소 역할 80%.”

임금피크 인력을 표준·판단·전이의 축에 배치한다: SOP(Standard of Practice, 표준화) 마지막 손질, 고위험 결정의 세컨드 오피니언, 차세대 동행 프로젝트.

감액 재원의 흐름을 사내에 시각화한다: 신입 채용·전환 교육·안전 투자로 연결된 계정 공개.이렇게 제도가 무업의 방치가 아니라 지식의 유산을 남기는 장치로 바뀌면, 임금피크제는 떠나는 사람을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남아야 할 것을 남기는 경영의 기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