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와 조직문화
― 학습이 문화가 되려면
“우리는 매년 수십 번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왜 조직은 변하지 않죠?”
이 질문은 많은 HRD 담당자와 경영자들이 한 번쯤 내뱉었을 고민이다. 열정적으로 교육을 기획하고, 뛰어난 강사를 섭외하고, 교안을 정교하게 설계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교육은 분명 실행되었다. 그러나 학습은 문화로 흡수되지 못했다.
지속가능한 HRD의 핵심은"학습이 조직문화로 자리잡는 것"이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의 말과 행동과 구조 속에 학습의 DNA가 스며드는 것.
바로 그것이 HRD가 문화와 만나는 지점이다.
HRD와 조직문화는 왜 연결되어야 하는가?
HRD는 사람을 키우는 기능이다. 하지만 사람은 구조 속에서 일하고, 관계 속에서 생각하며, 맥락 속에서 움직인다.
이 말은, 아무리 훌륭한 교육도 그 사람이 속한 조직문화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무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 피드백 교육은 기능하지 않는다.
수직적 권위가 팽배한 조직에서 창의적 문제해결 훈련은 공허하다.
학습을 비용으로 보는 문화에선 자발적 성장은 일어나기 어렵다.
결국, HRD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학습이 일상이고, 성장에 열려 있는 문화적 토양이 필요하다.
학습이 문화가 되지 못하는 조직의 3가지 특징
● 학습은 ‘현장 외부’에서 일어난다는 고정관념
교육은 컨퍼런스룸, 연수원, LMS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
하지만 진짜 배움은 동료와의 대화, 실패 경험, 고객 클레임, 회의실 안 논쟁 속에 있다.→ 배움은
현장에서, 순간마다 일어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교육은 ‘HRD 부서’의 일이란 인식
학습은 모두의 과업이 아니라, ‘담당 부서’의 업무로 한정되어 있을 때 조직 전체는 학습을
의무로 받아들인다.→ 리더, 관리자, 동료 모두가 학습 촉진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 성과 중심 문화가 학습의 여백을 지운다
즉시 성과를 강요하는 문화에서는 실험, 실패, 반성, 탐색 같은 ‘느린 학습’이 설 자리를
잃는다.→ 학습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 적응력이라는 시선이 필요하다.
학습이 조직문화가 되기 위한 5가지 조건
① 리더의 학습 본보기화 (Modeling)
문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염된다. 리더가 스스로 배우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일 때, 조직은 그 태도를 따라간다. “리더가 배우는 조직은, 배우는 조직이 된다.”
② 일하는 흐름 속에 학습을 통합 (Workflow Learning)
교육을 따로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업무 중간중간에 학습의 장치를 심어야 한다.
●회의 전 5분 ‘공유 학습’
●피드백 일상화
●업무 후 1분 회고
이 작은 흐름들이 학습이 일하는 방식이 되는 조직을 만든다.
③ 실패를 포용하는 정서적 안전감 구축 (Psychological Safety)
배움은 시행착오를 수반한다. 질문하고, 도전하고, 실수하는 것을 ‘벌’이 아니라 ‘성장’으로
해석하는 문화가 조직 내 학습을 살아 있게 한다.
④ 지식의 순환 구조 설계 (Knowledge Sharing System)
한 사람의 배움을 조직 전체의 지식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공유, 토론, 재해석, 문서화, CoP 등
집단학습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⑤ 학습을 ‘성과’보다 ‘정체성’으로 해석 (Identity Shift)
"우리는 학습하는 조직이다." 이 선언은 구호가 아니라, 자기정체성의 천명이다.
성장과 탐색이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언어가 될 때 비로소 학습은 문화가 된다.
HRD는 조직문화의 씨앗이다
교육은 프로그램이지만, 학습은 분위기다.
좋은 HRD는 행동을 바꾸고, 탁월한 HRD는 사고를 바꾸며, 위대한 HRD는 문화를 바꾼다.
조직문화 속에 학습이 숨 쉬고, 일상의 언어가 되고,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을 때, 비로소 HRD는 전략이 된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조직은 잘 배운다. 그리고 그래서, 잘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