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문제해결책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는 심리학의 TRIZ, 행동경제학은 이제 학문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기업과 사회가 처한 현실이라는 격투기장의 링 위에 올라가는 하나의
도전자처럼 느껴진다.
이 격투기장에는 전설로 남았거나 또는 현재 활동중인 경쟁자들이 많다.
제조공정의 불량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식스시그마 기법, 개발자에게 고객의 니즈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품질의 집 기법, 개발된 신제품의 시장 성공을 예측하는
컨조인트 분석, 혁신상품을 기획하는 데 가능성을 보인 디자인싱킹 기법 둥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방법론으로는 고객의 구매패턴을 찾아내는 빅데이터, 직원의 업무효율을
높여주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직원의 업무피로도를 낮춰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혁신 등이 있다. 심지어 이들을 하나로 묶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강력한
방법론도 등장했다.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에는 이렇게 여러 학문에서 파생된 해결책이 존재하지만, 그 중
에서도 행동경제학이 기업 등의 실무자들에게 특히 환영받을 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행동경제학자는 실무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에 현실의 문제를 연구한다.
특정행동을 유도하거나 특정대안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개입하는 ‘처방학문’이기 때문이다.
토론토대 BEAR 연구팀에서 수행한 캐나다의 전기차 판매 증대를 위한 연구가 좋은 예이다.
연구팀은 캐나다 사람들이 전기차라는 신문물을 수용하는 데 장벽이 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첫째, ‘왜 전기차를 사야 하는가?’ 둘째, ‘전기차를 사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이 두 개의 장벽을 낮춰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기획했다.
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일반 휘발유차를 사면 전기차를 살 때보다 연간 200달러씩 기름값
으로 손해 본다는 사실을 계기판 모양으로 알려준다.
전기차 구매 니즈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화면에서는 전기차를 사서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알려주는데, 이 때 운전면허증 칸에는 미리 체크가
돼 있다. 사용자로 하여금 ‘프로세스에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행동경제학은 이미 수많은 기법이 해외 특히 북미에서 검증됐기에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필요가 거의 없다. 기존 해결책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과대학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트리즈가 떠 오른다.
이와 비숫하게 행동경제학도 상자 안에서 검증된 해결책을 선택하여 조합한 뒤 최적의
결론을 얻어낸다. 즉 행동경제학은 일종의 ‘심리학의 트리즈’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슈퍼히어로에 담배꽁초를
이용해 투표하도록 하기도 하고, 대여해 준 물품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을 받는 게
아니라 대여물품에 현금을 부착하기도 한다. 물건을 돌려놓지 않으면 현금 절도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또 종이 컵홀더를 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상자를 나무 형태로
만들고, 컵홀더를 꺼낼 때마다 나뭇잎이 점차 줄어들어 헐벗은 나무가 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 출처 : HBR KOREA /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 주재우 교수